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사진제공=시스메이트
다시 태어나도 CEO? Yes,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11)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 천재가 내 주변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있을 수 있다. 늘 소통하라."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그는 "사업가는 천재를 발굴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항상 주위를 유심히 살펴라"고 했다.
이어 "자세히 못 봐서 그렇지 심지어는 그 천재가 회사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며 "직원의 천재성을 발굴하는 것도 CEO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 대표는 '무조건 부딪쳐라'고 강조했다. "무슨 일이든지 될지, 안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아무리 고민해 봤자 어떤 일에 부딪힐지도 알 수 없다. 일단 행동해야 새로운 난관을 만난다. 그래야 그걸 하나씩 해결해 나갈 거 아닌가."
정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압감 등으로 정말 괴로울 때도 있지만 성취감만큼은 매우 달콤하다고 했다.
그는 "최종 결정한 뒤 결과가 안 좋을 때는 너무 고통스럽지만 원했던 결과가 나올 땐 그 성취감이 정말 크다"면서 "가끔 중독(?)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CEO가 되다
2013년 3억원이던 것이 올해 150억원으로 뛸 전망이다.
정 대표 회사의 매출액 얘기다. 이 같은 성장은 정 대표의 경험과 실패에서 기인했다. 그는 어떤 경험과 실패를 했을까.
"처음 한 게요. 아, 이걸 창업이라 얘기해도 되나... 부끄러워서요." 망설였다. 말하지 않으려 했다. 뭔지 얘기해 달라고 재촉했다.
스무 살 때 좌판 깔고 카세트테이프를 팔았단다. 소위 '리어카 장사'다. 안됐다. 그래서 접었다. 잠시 휴대폰 액세서리도 손댔다. 또 안됐다. 그냥 군대 갔다.
제대 후 들어간 곳은 휴대폰 서비스센터. 1년 반 정도 근무했을까. 또 해 보고 싶었다.
휴대폰 서비스센터(애니콜서비스)를 차리고야 만다. 그때 나이 25세. 2년가량 운영했다. 안됐다.
'이제 취직이나 하자.' 쇼핑몰 업계 영업직을 구했다. 6개월 정도 근무한 뒤 다른 쇼핑몰 회사로 이직했다. 이때부터 쇼핑몰 기획, 상품 기획 등을 배운다.
소규모 업체에서는 사이트의 UI(사용자환경)·UX(사용자경험) 등도 직접 만졌다. 웹디자인 업무까지 한 것이다.
2008년. 한 쇼핑몰에서 MD(머천다이저)로 있을 때다. 출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비보였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회사도 들르지 않고 바로 전남 순천으로 향했다.
부모님 곁을 지킨 지 2주. 더 이상 회사를 비울 수 없었다. 형이 휴직하고 내려왔다. 바통을 넘겨받기 위해서다.
형이 왔으니 회사에 복귀 신청을 했다. 근데 어찌 된 일인가. 회사에서 난색을 표했다. 갑자기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렇게 해서 형제는 함께 부모님을 간호했다.
어느새 부모님은 호전됐다. 원래 운영하던 치킨집까지 다시 나갈 정도였다. 형제는 치킨집 일을 거든다.
정 대표는 구직 활동도 병행했다. 그때 형제는 긴 시간을 함께했다. 그들은 기억한다.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눴던 때로...
"그냥 우리 창업할까. 내가 영업 뛰고, 형이 개발하면 되겠네."
오고 간 수많은 대화들 속 하나였으리라. 형은 웹 개발만 10년 이상 했었다. "1년 정도 해 보고 안 되면 때려치우지 뭐." 막 던졌다.
농담인 듯, 진담인 듯. 하지만 대화는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었다.
결국 또 사고(?) 친다. 자본금 300만원을 마련했다. 2009년 1월 시골 상가 위 허름한 사무실을 하나 빌렸다. 33㎡(10평)도 안 되는 공간이었다. 책상 3개 놨다.
시스메이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정 대표 나이는 30세.
첫 비스니스는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일이었다. 주 고객은 중소기업.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그 기업의 홍보까지 해 줬다. 매출은 조금씩 늘었다.
2010년엔 경기도 부천으로 회사를 이전한다. 이듬해 한 생과일 음료 프랜차이즈 M사에서 색다른 개발 의뢰가 들어왔다.
M사는 홈페이지 제작 의뢰를 했던 곳이었다. M사 측은 "TV 3대를 연속으로 달고, 거기에 메뉴판을 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M사 대표가 미국에서 보고 온 시스템인데, M사 모든 매장에 그걸 넣겠다는 것이다.
이 의뢰는 시스메이트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홈페이지 제작사에서 디지털사이니지 개발사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M사는 급성장했다. 시스메이트의 일거리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새 다른 업체들에서도 구매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됐다. 현재까지 시스메이트의 매출액 추이는 이렇다. 2013년 3억원, 2014년 9억원, 2015년 14억원, 2016년 24억원, 2017년 45억원, 2018년 70억원, 2019년 150억원(예상치).
최근 시스메이트는 디지털사이니지, LED(발광다이오드)전광판, 키오스크 등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임직원은 42명.
정 대표는 현재 CEO로서 가장 힘든 점이 '조직관리'라고 했다. 시스메이트는 창업 이후 외형을 꾸준히 키워 왔다. 임직원들도 갑자기 늘어났다.
정 대표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면서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이슈들과 늘 마주한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 조직관리"라고 언급했다.
"임직원이 갑자기 늘다 보니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들 간의 갈등도 꽤 있다"면서 "성장통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무엇이든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가장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게 맞나'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늘 고민이다.
◇중기청원
현재 대부분의 정책은 '자금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창업 자금, 제품 개발 자금 등이다.
기업은 자금 필요하다. 하지만 때론 인재, 특히 전문가를 더 필요로 한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전문가를 정부에서 발굴, 채용한 뒤 기업에 몇 달간 파견하는 지원 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기업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주는, 그런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문가 지원 정책을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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